<안녕, 사주 명리> 블로그 운영자이자 <나의 사주 명리>의 저자이신 현묘 님의 명리학 입문 강의를 듣게 되었습니다.
강의에서 배운 것들 그리고 마음에 와닿았던 것들을 정리해 보고자 글을 씁니다.
▣ 두 번째 강의.
▶사주가 같다는 것의 의미
사주에서 경우의 수는 518,400가지로 단순 계산하면 대한민국 5천만 인구 중에 대략 100명씩은 사주가 같을 수 있습니다. 그럼 이들이 모두 같은 삶을 사는 것일까요?
사주가 같다는 것은 재료와 방향성이 같다는 것입니다.
타고난 기운의 종류와 양으로 삶의 방향성은 같지만, 개인마다 주어지는 고유한 환경과 경험, 그리고 선택을 통해 결과는 사뭇 달라집니다.
▶겉으로는 다르나 본질은 하나다
예시) 쌍둥이의 사주
A는 목걸이 제작 디자이너로 어린 시절 아버지로 인해 집안 환경이 힘들었음.
시주 | 일주 | 월주 | 연주 |
乙 | 壬 | 癸 | 壬 |
巳 | 子 | 丑 | 子 |
B는 해외 유학 후 금융권에서 근무, 어릴 때 심장병 수술을 받았음.
시주 | 일주 | 월주 | 연주 |
乙 | 壬 | 癸 | 壬 |
巳 | 子 | 丑 | 子 |
이 사주의 본질
1. 화(火) 기운을 잘 운용해야 한다는 것.(재성인 사화[巳火]를 보호해야 함)
2. 초년에는 음기(陰氣)에 유의해야 한다는 것. (수[水] 기운 과다로 인한 부정적 작용 주의)
결과가 달라졌으니 사주는 의미 없고 유전자와 환경, 그리고 노력이 인간의 삶을 결정하는 것일까요?
A와 B가 다른 삶으로 보이지만, 결국 같은 기운이 겉으로 다르게 표현된 것일 뿐입니다.
▶사주는 통계학?
통계학은 수많은 사례를 통해 공통점을 유추하는 것, 즉 귀납적 사고방식을 적용합니다.
명리학은 근원의 원리를 통해 수많은 사례를 해석하는 것, 즉 연역적 사고방식을 적용합니다.
*참고*
[귀납적 사고방식] | |
개념 | 특수한 사례 또는 관찰 결과로부터 일반적인 전제 또는 법칙을 추론하는 사고방식. 개별적인 사례들을 분석하여 일반적인 패턴이나 원리를 찾는 방법. |
예시 | 지금까지 관찰된 모든 백조는 하얀색이다. (특수한 사례) 따라서 모든 백조는 하얀색이다. (일반적인 결론) |
특징 | 새로운 지식을 창출할 수 있음 결론의 확실성이 보장되지 않음 충분한 관찰이나 사례 없이 일반화하기 쉬움 |
적용분야 | 과학: 가설 설정, 실험 설계, 데이터 분석 의학: 진단, 치료 계획 수립 사회과학: 설문 조사, 통계 분석 인공지능: 머신러닝, 데이터 기반 예측 |
[연역적 사고방식] | |
개념 | 일반적인 전제 또는 법칙으로부터 특수한 결론을 도출하는 사고방식. 이미 알려진 사실이나 증명된 진리에 기반하여 새로운 지식을 추론하는 방법. |
예시 | 모든 사람은 반드시 죽는다. (전제) 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 (전제) 따라서 소크라테스는 반드시 죽는다. (결론) |
특징 | 논리적으로 확실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음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지 못하고 기존 지식을 바탕으로 추론만 가능 예외적인 상황에 적용하기 어려움 |
적용 분야 | 수학: 증명, 계산 논리학: 논리적 추론, 오류 검출 법률: 판례, 법률 해석 컴퓨터 프로그래밍: 알고리즘 설계 |
▶생년일시(生年日時)가 인간의 본질을 결정한다
이것이 과학적으로 말이 되는 것일까요? 만약 그렇다면 두 가지 전제가 입증되어야 합니다.
[전제 1.] 탄생 순간이 평생에 걸쳐 영향을 미쳐야 한다. 시작이 미래를 결정한다.
물수제비 뜨기(skipping rocks)를 할 때 돌이 던져지는 시점의 각도와 회전량, 힘의 세기가 행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칩니다. 즉 손에서 돌이 떠나는 시점이 큰 의미를 갖고, 이 순간의 상황을 관찰하면 다음 행로의 유추가 가능합니다.
비유컨대 돌이 손에서 벗어난 시점은 인간이 태어난 시점과 같습니다.
사주 해석이란 태어난 시점의 상황을 관찰해 방향성과 행로, 미래를 예측하는 것입니다.
기계는 멈춘 후에 다시 작동을 할 수 있지만, 사람의 심장은 1시간 동안 멈추어있다 다시 뛸 수 없습니다.
유기체(좁은 의미에서 생물)는 흐름이 끊어지면 다시 원래 흐름으로 돌아오지 못합니다. 그래서 현재의 상태가 다음 상태로 끊임없이 연결되고 이전돼야 생명의 유지가 가능합니다. 연결성과 지속성이 중요하다는 것은 처음 세팅 값이 계속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삶을 가능하게 한 탄생 순간의 시점이 제일 중요합니다.
[전제 2.] 시간은 분절되어 있고 각각의 의미가 있다.
일반 대중들은 시간을 인식할 때, 각각의 날로 분절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12월 31일 다음 날은 1월 1일과 같이 말입니다. 반면 지식인들은 시간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명리학에서는 시간은 분절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각각의 시간에 특정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전제 1] + [전제 2] = 탄생 시점, 그 시간의 의미가 인간에게 반영되어 평생을 이끌어 나간다는 것.
그리고 그 시간의 의미를 알면, 우리 인생의 비밀과 미래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남는 의문
그렇다면 인간이 태어난 시점의 기후와 온도, 습도가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요?
온난화로 기후가 변하면 사주도 달라지는 것일까요?
여름에 에어컨을 세게 틀면 수(水) 기운을 가진 아이가 태어나고,
겨울에 난로를 세게 틀면 화(火) 기운을 가진 아이가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일까요?
명리학은 자연 계절학이 아니라 절기학(節氣學)입니다.
계절은 겉으로 나타난 현상이고, 절기는 근원을 의미합니다.
*참고영상*
[사실확인] '입추'에도 무더위...24 절기, 온난화로 빗나간다? [MBN 종합뉴스]
https://www.youtube.com/watch?v=DanTMiqXH_U&list=LL&index=1
계절은 추상적이고 임의적이며 가변적인 뮈토스이고,
절기는 개념적이고 의도적이며 불변적인 로고스입니다.
다시 전제를 떠올려보면 시간은 분절되어 의미를 갖는다는 것입니다. 시간은 무엇일까요?
시간을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지구의 운행입니다.
▶자연이 아니라 태양과 지구의 관계성
시간을 결정하는 것은 지구와 태양의 관계성입니다. 그리고 지구와 태양의 관계성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태양의 고도를 측정해서 날짜를 계산할 수 있는 역법 체계로 만든 것이 24 절기력입니다.
하지만 태양과 지구의 거리는 약 1억 5천만 Km로 태양의 빛이 지구에 도달하는 데만 8분이 걸립니다.
이렇게 멀리 떨어진 두 천체가 실시간으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을까요?
이 부분은 현대물리학에서 큰 업적을 남긴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을 통해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질량을 가진 물체는 시공간을 왜곡합니다. 태양이 왜곡한 시공간 안에서 지구는 태양 주변을 회전합니다. 왜곡된 시공간 안에 놓인다는 것은 실시간으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태양이 만든) 골짜기를 따라 영향권이 형성되는 것이죠. 이것으로 우주 천체의 회전과 중력의 법칙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태양과 지구는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하고 있다
지구가 태양 주변을 돈다는 것은 지구가 100% 태양의 영향권 안에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지구와 태양은 아주 멀리 떨어져 있지만, 태양의 중력장(골짜기) 안에 있기에 실시간으로 상호작용을 합니다. 따라서 지구에서 태어난 생명체는 태양과 지구의 관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습니다. 이러한 태양과 지구의 관계를 확인하여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정리한 태양력 표가 절기력입니다.
▶명리학의 기원에 대한 오해
명리학이 주역을 중심으로 하나의 계통 안에서 일관성을 갖추고 발전했을 것이라는 오해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둘은 서로 분화되어 별개로 발전해 왔습니다.
▶간지(干支)의 역사와 명리학
오래전 중국에는 상나라[기원전 1600년~1046년]가 존재했는데, 수도의 이름을 따서 은나라로 칭하기도 했습니다. 한때는 전설 속의 국가로 인식되었으나 1899년 은허에서 갑골문(甲骨文)의 발견으로 실존하였다는 사실이 입증되어 중국 최초의 국가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상나라는 제정일치의 신정국가로 모든 왕의 의사결정을 인격신인 상제(上帝)의 뜻을 물어 시행했고, 상제의 뜻을 받들기 위해 점 (占)을 치고 그 내용을 갑골에 기록하였습니다. 실제 갑골문에는 특정일에 병사의 운용이나 전쟁 전략, 제사, 출산에 대한 것 등을 물었던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간지(干支)는 갑골문에서 날짜를 기록하기 위한 수단이면서 신성한 기호체계였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상나라 역대 황제의 이름에 간지가 포함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천을(天乙) > 외병(外丙) > 중임(中壬) > 태갑(太甲) > 옥정(沃丁) 등등)
간지는 날짜(천문)를 기록하는 기호로 갑골문의 상형문자를 기원으로 만들어진 한자보다도 먼저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단순 기호로서 날짜 이외에는 별다른 의미는 없었으며, 아직 음양오행과 결합이 되지도 않은 상태였습니다.
▶주역(周易)이란?
중국 주나라의 점서(占書), 즉 점치는 법을 적은 책입니다. 괘(卦)에 대한 간단한 기록인 괘사(卦辭)와 효(爻)에 대한 간단한 기록인 효사(爻辭)를 합쳐서 경문(經文)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후대 사람들이 이 경문을 해설한 것을 전문(傳文)이라고 하며, 대표적으로 공자가 지었다고 하는 계사전(繫辭傳), 문언전(文言傳) 등으로 이뤄진 십익(十翼)과 공자의 제자 복상이 지은 자하역전(子夏易傳), 남송 때의 주희가 지은 주역본의(周易本義) 등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경문에 십익을 더하여 주역이라 부릅니다.
주역은 이분법(이진법) 체계로 우주의 질서를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자연의 질서를 통해 인간의 삶을 이해하고 중용과 조화의 가치관을 강조했습니다. 더불어 점술가(무당)의 무한한 해석에 의지하던 것에서 64괘라는 표준적인 도구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명리학과 주역의 관련성
주나라 때 작성된 경문에는 음양(陰陽)이라는 단어 자체가 쓰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춘추 전국시대 이후에 경문의 해설서로 작성된 전문에서 음양의 체계로 팔괘의 작용을 설명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애초에 음양과 주역은 다른 체계에 속해 있었으며, 주역에서 명리학이 파생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점(占)과 명리학
주역은 점괘가 적힌 책이자 점괘의 철학적이고 인문학적인 해설서입니다.
타로는 점괘가 그려진 카드와 그 내용을 해설하는 것입니다.
명리학은 인간의 기운을 해석하는 방법론입니다.
점(占)은 표준화된 도구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발전하면서 점술가의 재량권을 제한하여 신뢰도를 높이고,
과거 전쟁의 승패나 풍년, 흉년을 예측하는 것에서 개인 대소사의 길흉화복을 점치는 것으로 대중화했습니다.
표준화된 도구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우연히 발생한 추상적 무늬 등을 오로지 판단하는 사람의 영험함이나 신령함에 의지하여 주관적이고 감각적으로 해석하게 됩니다.
반면 표준화된 도구를 사용하는 점(占)은 그 틀 안에서 점술가의 주관적인 해설이 가미됩니다.
내담자가 선택한 카드나 괘의 의미를 나름의 일관된 근거를 가지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점(占)의 기본적인 전제는 우주에 우연은 없으며, 모든 행동(사건)과 원인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인간의 의지가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즉 모든 물질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기묘하게 원격작용함에 따라 도구를 통해 인간의 상태와 미래를 포착할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포착하는 점(占)과 해석하는 명리학
점은 순간의 기운을 포착해야 하기에 점술가의 컨디션, 마음 상태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점을 잘 치려면 기도와 수련을 통해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해야 합니다.
하지만 명리학은 분석해야 하기에 이성적인 판단력과 분석력, 일관성 그리고 체계성을 위해 훈련과 경험이 요구됩니다. 그래서 사주를 잘 보려면 탐정이나 비평가의 자세로 기호를 꾸준히 연구하고 고민해야 합니다.
주역 역시 점(占)입니다. 2(양의)-4(사상)-8(팔괘) 식의 이진법 체계로 우주의 기운을 포착하는 도구입니다.
그러나 명리학은 2(음양)-5(오행)-10(천간) 식의 음양오행의 체계로 인간의 기운을 해석하는 도구로 주역과는 전혀 다른 사유 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큰 차이점입니다.
▶오행(五行)에 대한 최초의 기록
중국 고대 하-상-주 시대의 정치와 사회를 기록한 책으로 춘추전국시대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서경(書經)의 '홍범(洪範)'편에 “오행에서 하나는 수이고, 둘은 화이고, 수는 윤택하여 아래로 흐르게 하고, 화는 불타오르고, 목은 굽거나 곧고……”라는 식으로 오행에 대한 언급이 있지만 단순한 물상 차원에 머무르고 그 관계나 상생상극은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춘추시대[기원전 5~6세기]에 모습을 드러내, 전국시대[기원전 3세기]에 이르러 제나라 추연(鄒衍)에 의해 완전하게 체계(상생상극)를 갖추게 됩니다.
▶음양(陰陽)의 기원과 발전
기원전 6세기경 노자가 활동했던 남부지역인 형초지방에서 유/무 사상이 태동하였는데 이를 기원으로 보며, 노자의 도덕경에는 아직 음양이라는 말이 등장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후 꾸준히 발전하면서 기원전 3세기경 전국시대에 이르러 음양가(陰陽家) 추연(鄒衍)에 의해 오행 사상과 함께 통합되어 음양오행 사상이 정립됩니다.
▶24 절기(節氣)와 명리학
24 절기란 태양의 운행을 기준으로 하여 1년을 24개의 절기로 구분한 달력 체계입니다.
전국시대[BC 3세기]부터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최초의 기록은 BC 2세기 한나라 초기의 저작 『회남자(淮南子)』에 드러나 있습니다.
명리학의 기본 전제는 연(年), 월(月), 일(日), 시(時)의 기운이 사람에게 부여된다는 것입니다.
BC 3세기 무렵에 태양의 관찰을 통해 일관적이고 과학적인 태양력의 체계가 완비됩니다.
연월일시를 일관되게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은 명리학 탄생의 제반 조건이 준비된 것입니다.
▶간지력(干支曆)의 공식적인 사용
2024년은 갑진(甲辰)년입니다. 그럼 언제부터 한 해를 간지로 표현했을까요?
BC 85년 사분력(한 해를 365.25일로 인식한 달력 체계)의 도입과 동시에 간지력(干支曆)이 사용됩니다. 또한 당시 연(年)에 간지를 부여할 때, 예외적으로 황제의 탄생일에는 갑자년, 갑자월, 갑자일, 갑자시로 붙이는 식이 아니라
천문의 관찰을 통해 현재가 어떤 간지에 해당하는지 확정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습니다. 85년은 과연 을유년이 맞는가? 목의 기운이 있는가? 하고 말이죠. 이로써 간지의 음양오행과 천문, 달력이 완벽하게 결합되어 명리학이 탄생할 모든 조건이 완성됩니다.
[명리학 태동의 조건들 요약]
간지 : 명리학의 기틀이 되는 기호, 10 × 12의 체계 제공
주역 : 우주와 인간의 교감, 균형과 조화라는 철학적인 틀을 제공
음양 : 우주를 둘로 나눠서 이해하는 세계관 제공
오행 : 오행의 상생상극이라는 체계를 통해 관계에 대한 통찰 제공
24 절기 : 시간을 체계적으로 인식하는 기틀 제공